구직기간의 장기화의 가장 큰 문제는 나를 돌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타인의 기준에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나를 돌보지 않게 되었다.
아무거나 먹게 되었다. 먹는거라도 내 마음대로 하자고 핑계를 댔다.
운동하지 않게 되었다. 저녁에라도 좀 쉬자고 핑계를 댔다.
가계부를 적지 않았다. 자투리 돈이라도 마음대로 쓰자고 핑계를 댔다.
저녁 대부분은 핑계를 대면서 보내다보니, 오 이게 편하네? 싶었다.
이제 낮시간도 핑계를 대며 보내게 되었다.
자소서 제출 빈도가 줄었다. 아 그 기업 원래부터 안가고 싶었어.
끝내지 못한 강의가 늘었다. 아 그 강의 뭔가 별로 인거 같아.
책을 사놓기만 하기 시작했다. 아 그 책 어차피 잘 집중이 안돼.
아 오늘 집중 안돼. 집에 갈래
어차피 이럴 거 아예 유튜브나 보다가 시간되면 집에가자.
근데 생각해보면, 구직기간의 장기화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고장난 것이다.
어디가 좀 아파서 그런거고, 원래는 정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근데 살아온 흔적을 살펴보면 대부분 저렇게 살았다. 자, 그럼 이제 누가 문제지?
오늘도 방향성 잃은 채로 끝낼 수는 없다.
나의 방황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다.
과거엔 운동과 식습관 조절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었다.
쓰면서 해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