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담임선생님은 조금 특이하셨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얼굴 어딘가에 큰 점이 있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꽤나 걸걸한 성격이셨고, 얼핏 주워듣기로 장교출신이셨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장교로 전역한지 2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그 선생님을 생각해본다.

 

당시 다른 반 친구들은 정규 교과과정에 맞는 체육활동을 했다. (당연하게도)

우리 반은 특이하게 야구를 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프트볼이라고 해야 할까?

반 애들 모두에게 진짜 야구 복장을 입히고, 글러브와 방망이를 지급하셨었다.

돌이켜보면 야구에 진심인.. 나이와 위치가 꽤 되어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중년 선생님이기에 가능했던 일일것이라 생각된다.

 

급격히 키가 크기 시작했던 때라 꽤나 타율은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성장기라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남녀가 섞여서 경기했었다.

 

그 때 이후로는 야구를 보거나 하진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살면서 야구의 룰 정도는 알수 있게 된 건 그 선생님 덕분인 것 같다.

 

아 그때 나는 심판도 봤었다. 당시 엄마끼리 친한 아는 여자애가 투수로 던진 공이 포수를 지나쳐 내 소중한 곳을 때렸던 적도 있었다.

그랬네.. 그랬었네.. 그때 때문인건가..? ㅎ

 

난 멀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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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2학년의 끝자락에 월곡초등학교로 전학왔다.

당시 학교 바로 앞 동아 에코빌 아파트로 이사오게 되었고, 자연스레 월곡초에 다니게 되었다.

그 때의 디테일한 기억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학교의 정경들은 몇가지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개중 가장 선명한 것이 학교 후문에 관한 기억이다.

학교의 출입문은 총 3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문, 후문, 그리고 옆문(?) 이렇게 3개 였었다. 옆문이라 하니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로 보이나, 오늘은 후문을 위주로 담아내본다.

 

후문은 말 그대로 학교 부지의 뒷편에 위치했던 출입문이었다. 당시 학교는 야트막한 동산 위에 지어진 형태여서 약 2~3개의 건물이 이어져있던 구조로 있었다. 편의상 후건물이라 부른다면, 후건물 뒷편, 작은 테니스장이었는지 어쨌든 초록 우레탄 바닥 재질의 작은 공터에서 오르막길 형태로 조금 올라가면 후문이 있었다.

 

난 정문에서 거의 바로 이어진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4학년에 이사한 이후로는 집안에서 학교 운동장이 보일정도였다.) 후문에 갈 일은 많지 않았지만, 종종 들러 시간을 보내곤 하였으니 그곳엔 성북구 최고의 놀이동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드림랜드 제외) 학교 후문에서 출구방향으로 걸어나갈때 우측편에는 적당한 키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 한 단 높은 작은 공터가 있었는데 그 사이로 작게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당시 최고 스펙을 갖춘 최첨단의 놀이기구, 방방이 있었다. 

 

대학을 다니며 방방이라는 놀이기구의 호칭에 관한 격렬한 논쟁을 수차례 겪었다. 팡팡, 퐁퐁 등등 다양했지만 외래어 트램펄린에서 파생된 것인것 같다라는 부분에서는 대부분 동의하였고, 끝내는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기억이 있다. 왜냐면 누가뭐래도 내마음속에서는 방방이라고 부를거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 방방을 운영하시던 분의 인상착의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기억이 나는건, 그 작은 공터에 방방이 몇 개가 있었고, 슬러시를 만들어 파셨다는 것 정도 뿐이다. 어릴 적 난 용돈을 많이 받는 아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방방 서비스를 무슨 돈으로 지불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10분이었는지 30분이었는지에 몇백원 내고 이용하고 있으면 종종 돈을 내지도 않았는데 슬러시를 주시곤 했다. 옛날엔 정이있었다, 따위의 말이 많이 들린다. 내 삶의 흔적속에선 그에 대해 동의할 만한 경험은 거의 없는데 그중 그 방방 주인분의 슬러시가 꼭 들어간다. 

 

단순히 아래위로 뛰는게 그렇게 재미있었던 그 시절, 선명하진 않지만 뿌옇게나마 행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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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월곡초등학교(장위동) 2007년 2월 졸업생 (1994년 출생)입니다.
기억에 남는 몇 에피소드들을, 더 흐릿해지기 전에 조금씩 적어두는 공간입니다.

 

추억팔이충이라고 종종 놀림을 받곤 한다.

태생인지 뭔지 사람들과 모이면 이내 함께한 추억얘기를 꺼내는 것을 즐겨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연락하며 지내는 초등학교 친구가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자세한 건 차차 정리하도록 하겠다.

요지만 요약하자면, 철저히 내 입장에서 기억하는 서울월곡초등학교에 대한 기억을 그때 그때 적어놓으려 한다.

 

비록 글재주는 없지만 순수했던 시절은 떠올려 글로 적어내는 것 만으로도 울림을 줄 때가 있기 때문에, 작은 용기를 내고 거창한 제목을 달았다. 

 

어느 날 비슷한 향수를 찾아 여기까지 오게된 동창이 있다면 반가울 따름이다.

혹여 개인적 친분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좌측 프로필 주소로 메일 바란다. 연락이 올리는 없겠지만. ㅎㅎ

 

꼭 만나고 싶은 친구가 셋정도 있다. 혼자만 간직하던 나의 이 기록이 그 친구들에게 까지 닿길 바라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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