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빴다.

의도와 술수로 범벅된 남을 위한 글을 써야 했다. 빌어먹는 삶을 살기 위한 절차는 놀랄만큼 세세하게 치열했고, 참을 수 없을 만큼 무의미 했다. 좀 더 큰 곳에서 오래, 편하게, 많이 그리고 거들먹 거리며 어깨에 힘주고 빌어먹기 위해서, 다른 빌어먹을 자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아니 사실 반복해야한다고 생각하느라 바빴다.

 

차분히 토대를 다져가며 성장하는 것에 집중하면 좋았을 텐데, 예상치 못한 면접의 기회는 나의 몸과 마음을 붕 뜨게 만들었다. 안전장치 없이 붕 뜬다는 건 차라리 고문에 더 가깝다. 높이 하늘에 올라 휘저은 손에는 포근한 구름이 스쳤고 얼핏얼핏 비치는 햇살의 따스함을 느꼈다. 동시에, 까마득한 아래 점처럼 보이는 어둔 땅바닥으로 당장 곤두박질 칠 것같은 위태로움도 현실이었다. 양가적 감정 앞에서 담담하지 못한 것은 죄였고 벌은 가혹했다. 끈 떨어진 연처럼, 베터리 다 되어가는 드론처럼 여기저기를 헤매며 지냈다. 친하지 않은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한다던지, 시즌제 드라마의 예정된 종영에 한없이 무너진다던지 하는 방식이었다. 요컨대, 가야할 길을 알면서도 방앗간에 들러 가야할 길을 힐끔대며 들깨를 주워먹는 참새와 같았다. 

 

땅에 내려서고 싶었다. 아니면 적어도 미친것 처럼 소리지르던지, 그것도 안된다면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싶었다.

 

셋 다 못해서 그냥 자소서 쓰다가, 면접 갔다가, 설거지하고, 방청소하고, 카페갔다가, 씻고 자면서 살았다.

뻔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근데 생각해보면 난 뻔한 어린이였다. 뻔한 학생이었고, 뻔한 군인이었으며, 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고보니 한번도 특별한 무언가는 아니었네.

뻔하게 살다갈 운명인건지, 관성적으로 뻔한 선택만 할 수 없게 되어버린건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술을 너무 오래 참아가지고 헛소리가 늘었다.

이 글은 정말 헛소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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