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가만히 있어도 밝은 분위기를 내뿜는, 아니,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고 항상 에너지를 뿜으며 다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루는 등굣길에 학교 앞 지하철역에서 그녀를 만나 함께 강의실로 이동한 적이 있었다. 불과 5분정도를 걷는 동안 10초마다 한명씩 아는 사람을 만나 인사하던 그녀를 보며 '다른세계'라는 건 이런거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검게 변한 휴대폰 화면에 내 얼굴이 비친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놀란 것 치고는 평온해 보인다.
답장을 하려 움직이던 엄지가 멈칫 했다.
완전히 잊고있었다.
그녀와 나눈 건 아니지만, 그녀가 관계된 아주 특이한 일이 있었다.
미간이 좁아짐을 느끼는 순간, 다시 한 번 진동이 울렸다.
'바쁜가보네.. 보면 연락 줘, 기다릴게'
엄지 손가락이 다시 행동을 개시했다. 잠깐의 방황 끝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세 번의 신호음이 끝나기 직전,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어, 성민아.. 오랜만이야.'
말 끝이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