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2학년의 끝자락에 월곡초등학교로 전학왔다.

당시 학교 바로 앞 동아 에코빌 아파트로 이사오게 되었고, 자연스레 월곡초에 다니게 되었다.

그 때의 디테일한 기억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학교의 정경들은 몇가지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개중 가장 선명한 것이 학교 후문에 관한 기억이다.

학교의 출입문은 총 3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문, 후문, 그리고 옆문(?) 이렇게 3개 였었다. 옆문이라 하니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로 보이나, 오늘은 후문을 위주로 담아내본다.

 

후문은 말 그대로 학교 부지의 뒷편에 위치했던 출입문이었다. 당시 학교는 야트막한 동산 위에 지어진 형태여서 약 2~3개의 건물이 이어져있던 구조로 있었다. 편의상 후건물이라 부른다면, 후건물 뒷편, 작은 테니스장이었는지 어쨌든 초록 우레탄 바닥 재질의 작은 공터에서 오르막길 형태로 조금 올라가면 후문이 있었다.

 

난 정문에서 거의 바로 이어진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4학년에 이사한 이후로는 집안에서 학교 운동장이 보일정도였다.) 후문에 갈 일은 많지 않았지만, 종종 들러 시간을 보내곤 하였으니 그곳엔 성북구 최고의 놀이동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드림랜드 제외) 학교 후문에서 출구방향으로 걸어나갈때 우측편에는 적당한 키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 한 단 높은 작은 공터가 있었는데 그 사이로 작게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당시 최고 스펙을 갖춘 최첨단의 놀이기구, 방방이 있었다. 

 

대학을 다니며 방방이라는 놀이기구의 호칭에 관한 격렬한 논쟁을 수차례 겪었다. 팡팡, 퐁퐁 등등 다양했지만 외래어 트램펄린에서 파생된 것인것 같다라는 부분에서는 대부분 동의하였고, 끝내는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기억이 있다. 왜냐면 누가뭐래도 내마음속에서는 방방이라고 부를거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 방방을 운영하시던 분의 인상착의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기억이 나는건, 그 작은 공터에 방방이 몇 개가 있었고, 슬러시를 만들어 파셨다는 것 정도 뿐이다. 어릴 적 난 용돈을 많이 받는 아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방방 서비스를 무슨 돈으로 지불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10분이었는지 30분이었는지에 몇백원 내고 이용하고 있으면 종종 돈을 내지도 않았는데 슬러시를 주시곤 했다. 옛날엔 정이있었다, 따위의 말이 많이 들린다. 내 삶의 흔적속에선 그에 대해 동의할 만한 경험은 거의 없는데 그중 그 방방 주인분의 슬러시가 꼭 들어간다. 

 

단순히 아래위로 뛰는게 그렇게 재미있었던 그 시절, 선명하진 않지만 뿌옇게나마 행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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