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와중이다.
수요일이 되어 칼-퇴를 선언하였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만 아침부터 선언하였더니 순순히 얻어낼 수 있었다.
집에 와서는 삼겹살을 구워먹었지만 살이찔까 밥은 먹지 않았다.
그렇게 무의미한 행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왜그랬을까 하며 반성하는 시간을 퍽 즐기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는 누워 유투브를 보았다.
완전히 늘어졌다고 말하기엔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였고,
아무 생각 없었다기엔 눈살이 미세하게 찌뿌러진 채였다.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강아지가 두번을 왔다 갔다.한 번씩 올 때마다 오래 있다가 갔다.
종일 혼자 있느라 심심했을텐데, 가서 아는척도 하고 놀아줘야 하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연락 온 친구를 다독여주고 나니 시간이 늦었다.
어깻죽지 한켠에서 쿱쿱한 향이 올라왔다.
안씻었구나 싶어서 샤워기 아래 앉았다.
적당히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멍하니 있었다.
친한 형이 추천해준 방법인데, 꽤나 도움이 된다.
다만 욕조가 좁은 탓인지 내 살집이 비대해서인지 꽉 끼는 공간이 조금 답답하다.
이것도 다 뭔소용이람 하며 자조하는 생각이 들 즈음이 나갈 때가 된 것이다.
고기를 구워서 그랬을까 샴푸한 머리카락이 유난히 미끄러웠다.
수건은 제 할일에 충실하였다. 뽀송하고 두툼한 녀석으로 고르길 잘했다.
흰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왔을 때 강아지는 거실 한켠에 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내게 등을 보인채로 누워있었다.
가서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
이미 강아지는 두 번이나 찾아왔던 게 생각났다.
철저히 나만을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때에만,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만 상대를 대하려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부끄러웠다.
그래서 글로 적기로 마음 먹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생각들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그 덧없음을 조금씩은 잡아둬볼까 하는 미련을 몇 마디 뭉치로 묶어 끄적여보았다.
거실 한켠, 등을 보인 강아지 옆에 랩탑을 가져와 적었고,
가만히 글을 쓰는 내게,
강아지가 조용히 와서 잠깐 기대었다가 갔다.
지금은 잠들었는지 색색 하는 숨소리가 일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