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장소로의 이동까지 5분 남았다.

간단히 글을 적고자 켰다.

 

어제와 오늘은 충분한 휴식이었다.

휴식이 끝날 무렵에는 현실의 과제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정이 불타올라야만 하는줄로 알았다.

그래서 난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현실과의 거리감을 느꼈었다. 

제 아무리 늘어지게 쉬어도 월요일부터의 삶이 기대된다거나 열심히 뭔가를 해야지 하고 신났던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고나서 대충 하루의 마무리를 짓고 나면, 다시 현생의 시작인데 기대되거나 힘이 솟지는 않는다.

 

오늘 문득 깨달았다.

나의 휴식은 현실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욕이 돌아왔음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그저 늘어지게 쉬었거나 좋아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음으로 이미 가치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은 푹 쉬었다.

5분 끝. 이동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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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길어진 탓일까,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저녁 즈음에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데도 반갑다며 호들갑 떨지 않고도 마주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만남 자체가 편안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어지는데, 그런 측면에서도 특별한 친구다.

 

고민끝에 정해진 메뉴를 위해 이동했고, 양꼬치는 간만이었는데도 여전히 맛있었다.

 

신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취업을 위한 과정에서 힘든 이야기, 코칭을 받은 이야기, 그 회사는 원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야기, 이제는 이름만 기억에 남은 다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

 

10여년을 이어오는 우리의 주제는 대략 연애, 대입, 군대, 연애, 대학생활, 취업준비, 회사생활, 취업준비, 연애 였던 것 같다. 삶과 매우 가까운, 아니 삶 그자체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문득 나는 네게 얼마나 힘이 되어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성숙하지 못하였고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알지 못하여 큰 실례를 저지른 못난 친구였었다.

적절한 속도로 자라지 못하여 비슷한 잘못을 반복했던 내게 너는 한 두 번정도 화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또 그만큼 용서해줬었다.

 

옮긴 자리에서 풀어낸 나의 이야기를 듣고 넌 내 편에서 말을 해주었다.

그럴 수도 아닐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쨌든 내 편에 유리하게 해석된 이야기를 들으니 참 기분이 좋았다.

정확한 정답 보다는 적당히 터무니 없는 한마디가 위로가 될때가 있었다.

 

살다보니 그렇게 별거 아닌 일들에 무너질 때가 있다.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들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선택받아야만 하는 상황은 언제나 큰 부담이다. 

그래도 그까짓거 곤조 갖고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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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의 어떤 음악도 지금의 기분에 맞지 않아서 그저 귀에만 꽂은채다.

 

아침버스 한 켠, 운이 좋아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햇살이 조금 뜨거웠다.

땀이 나기 직전 주의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기에 검색을 시작했다.

어제 저녁 혼자 좌절을 반복하며 머리를 쥐어뜯던 중 지나간 노래였는데 가사는 대략 다음 같았다.

 

주말에는 영화를 보러가고

어딜가는 음악을 듣지만

그런걸 취미라고 하긴 좀 그렇다.

 

잔잔한 멜로디였던것 같은데, 어제 재생한 목록을 쭉 다시 들어봐도 도통 찾을 수 없었다.

혹시몰라 조금 더 아래로 내렸을때 겨우 찾았다. 제목은 취미는 사랑.

가사는 너무 나와 잘 맞았지만 밝은 멜로디가 거리감이 느껴져서 이내 다른 노래를 틀었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였다.

 

타고난 천성인지 삶을 통해 강화된 특성인지는 모르지만 난 항상 내 주변을 쉽게 인지한다.

 

ROTC 후보생 시절엔 저멀리 지나가는 선배도 곧잘 알아볼 수 있었으며, 

식당 옆자리 테이블에서 나누는 얘기도 너무 잘 들린다.

두 줄 앞 친구의 울그락 불그락해진 표정 혹은 순간의 눈짓 속에 담긴 감정도 금방 읽어내는 편이다.

 

스위치가 있어서 나의 신경을 차단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나는 집중이 필요할 때 매번 이어폰을 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도, 어떤 음악도 기분에 맞지 않아서 그저 귀에만 꽂은채다.

 

오늘은 분명 일찍 자야하는 날인데도 이리저리 헛소리만 끄적여대며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는 적을 수 없는 이야기와 감정들이 뒤엉켜 머릿속이 어지럽다.

 

과정을 마칠때까진 술을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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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인간적 성장의 지향점도 늘 그 즈음 어딘가에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는 무너지는 자신을 보며 조소하는 걸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식탐과 운동, 음주와 복습 사이에서 순간의 쾌락을 늘 선택하는 나를 보며 나는 늘 쓴웃음을 짓는다. 크게 화를 낼 때도 있었지만 보통은 그저 그렇게 쓴웃음을 짓는걸로 맺어지고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지만 오늘은 문득 내가 정말 달라지고 싶은건지 달라져야한다고 느끼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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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와중이다.

수요일이 되어 칼-퇴를 선언하였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만 아침부터 선언하였더니 순순히 얻어낼 수 있었다.

 

집에 와서는 삼겹살을 구워먹었지만 살이찔까 밥은 먹지 않았다.

그렇게 무의미한 행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왜그랬을까 하며 반성하는 시간을 퍽 즐기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는 누워 유투브를 보았다.

 

완전히 늘어졌다고 말하기엔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였고,

아무 생각 없었다기엔 눈살이 미세하게 찌뿌러진 채였다.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강아지가 두번을 왔다 갔다.한 번씩 올 때마다 오래 있다가 갔다.

 

종일 혼자 있느라 심심했을텐데, 가서 아는척도 하고 놀아줘야 하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연락 온 친구를 다독여주고 나니 시간이 늦었다.

어깻죽지 한켠에서 쿱쿱한 향이 올라왔다.

안씻었구나 싶어서 샤워기 아래 앉았다.

적당히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멍하니 있었다.

 

친한 형이 추천해준 방법인데, 꽤나 도움이 된다.

다만 욕조가 좁은 탓인지 내 살집이 비대해서인지 꽉 끼는 공간이 조금 답답하다.

 

이것도 다 뭔소용이람 하며 자조하는 생각이 들 즈음이 나갈 때가 된 것이다.

고기를 구워서 그랬을까 샴푸한 머리카락이 유난히 미끄러웠다.

 

수건은 제 할일에 충실하였다. 뽀송하고 두툼한 녀석으로 고르길 잘했다.

 

흰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왔을 때 강아지는 거실 한켠에 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내게 등을 보인채로 누워있었다.

 

가서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

이미 강아지는 두 번이나 찾아왔던 게 생각났다.

 

철저히 나만을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때에만,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만 상대를 대하려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부끄러웠다.

 

그래서 글로 적기로 마음 먹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생각들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그 덧없음을 조금씩은 잡아둬볼까 하는 미련을 몇 마디 뭉치로 묶어 끄적여보았다.

 

거실 한켠, 등을 보인 강아지 옆에 랩탑을 가져와 적었고,

가만히 글을 쓰는 내게, 

강아지가 조용히 와서 잠깐 기대었다가 갔다.

 

지금은 잠들었는지 색색 하는 숨소리가 일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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