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담임선생님은 조금 특이하셨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얼굴 어딘가에 큰 점이 있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꽤나 걸걸한 성격이셨고, 얼핏 주워듣기로 장교출신이셨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장교로 전역한지 2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그 선생님을 생각해본다.

 

당시 다른 반 친구들은 정규 교과과정에 맞는 체육활동을 했다. (당연하게도)

우리 반은 특이하게 야구를 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프트볼이라고 해야 할까?

반 애들 모두에게 진짜 야구 복장을 입히고, 글러브와 방망이를 지급하셨었다.

돌이켜보면 야구에 진심인.. 나이와 위치가 꽤 되어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중년 선생님이기에 가능했던 일일것이라 생각된다.

 

급격히 키가 크기 시작했던 때라 꽤나 타율은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성장기라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남녀가 섞여서 경기했었다.

 

그 때 이후로는 야구를 보거나 하진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살면서 야구의 룰 정도는 알수 있게 된 건 그 선생님 덕분인 것 같다.

 

아 그때 나는 심판도 봤었다. 당시 엄마끼리 친한 아는 여자애가 투수로 던진 공이 포수를 지나쳐 내 소중한 곳을 때렸던 적도 있었다.

그랬네.. 그랬었네.. 그때 때문인건가..? ㅎ

 

난 멀쩡하다.

'서울월곡초 회고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월곡초 회고록 - 01  (0) 2021.09.17
서울 월곡초 회고록 시작  (0) 2021.08.30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나를 더 사랑하자는 마음에서 구매하는 것들인데, 진짜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사실 모으는게 더 나을 것 같긴하다.

어쨌든 아주 충동적으로 셀프 흑백사진관을 예약했다.

 

짧고 퉁퉁한 지금 나의 모습은 사실 정말 별로다. 

근데 남은 날 중에 제일 젊은 날이기도 하고, 어쨌든 이때까지 잘 버텨준 게 고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활짝 웃는 모습을 좀 남겨두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매일 남만 찍어주고, 나 자신에 대한 사진은 거의 찍지 않는, 기록하지 않는 나라고 생각하니. 아쉽잖아.

 

기회가 되면 일정한 주기를 두고 반복해서 찍고 간직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의식 과잉인가 하는 생각도 스쳐지나가는데, 난 과잉될 정도로 자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요즘 내게는 나를 '잃어버릴' 일들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늘 내 사진을 얻었으면 뭘 포기해볼까?

뭘 사고 싶거나 만나고 싶어도 참아볼까?

 

역시 먹는거겠지? ㅋㅋ

 

어휴 오늘은 글이 정말 무슨 초등학생같이 이어진다.

커피를 두 잔 마셔서 그런가 보다. 그럴 수 있지 뭐.. 안 졸린게 어디야?

구직기간의 장기화의 가장 큰 문제는 나를 돌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타인의 기준에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나를 돌보지 않게 되었다.

 

아무거나 먹게 되었다. 먹는거라도 내 마음대로 하자고 핑계를 댔다.

운동하지 않게 되었다. 저녁에라도 좀 쉬자고 핑계를 댔다.

가계부를 적지 않았다. 자투리 돈이라도 마음대로 쓰자고 핑계를 댔다.

 

저녁 대부분은 핑계를 대면서 보내다보니, 오 이게 편하네? 싶었다.

 

이제 낮시간도 핑계를 대며 보내게 되었다.

 

자소서 제출 빈도가 줄었다. 아 그 기업 원래부터 안가고 싶었어.

끝내지 못한 강의가 늘었다. 아 그 강의 뭔가 별로 인거 같아.

책을 사놓기만 하기 시작했다. 아 그 책 어차피 잘 집중이 안돼.

 

아 오늘 집중 안돼. 집에 갈래

어차피 이럴 거 아예 유튜브나 보다가 시간되면 집에가자.

 

근데 생각해보면, 구직기간의 장기화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고장난 것이다.

 

어디가 좀 아파서 그런거고, 원래는 정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근데 살아온 흔적을 살펴보면 대부분 저렇게 살았다. 자, 그럼 이제 누가 문제지?

 

오늘도 방향성 잃은 채로 끝낼 수는 없다.

나의 방황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다.

 

과거엔 운동과 식습관 조절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었다.

쓰면서 해결해야겠다.

'고니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토막  (0) 2021.10.07
취업 연애  (0) 2021.10.04
너무 뻔한거 아니니?  (0) 2021.09.17
태만  (0) 2021.09.14
손들고 건너기  (0) 2021.08.30

<다이어트>

갑자기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얼마나 갈까 싶은 와중에 어떤 영상을 봤다 100키로가 58키로까지 된 인간의 영상이었다.

꽤나 현실적인 방법을 잘 들고 왔다는 인상이었다. 갑자기 하는 거니까 갑자기 하는거다.

 

<지름신 퇴치 중>

본격적으로 유투브용 브이로그를 찍고 싶은건 아닌데 삶의 순간들과 지나간 생각들을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물론, 액션캠 사고 싶은 핑계라 할 수 있겠다. 당장은 휴대폰으로 찍으려 한다. 타임랩스로 찍으면 현실 인지 개쩜, 좋은듯.

 

<편집 실력을 높이고 싶다.>

당장 기존에 찍어둔 영상들 부터 퀄리티를 높여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리졸브는 쓰기가 너무 귀찮다는게~~ 아니냐고~~ 나만 그러냐고~~

 

<게으른 운동>

땀흘려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안해도 된다.

'고니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0) 2021.10.12
취업 연애  (0) 2021.10.04
너무 뻔한거 아니니?  (0) 2021.09.17
태만  (0) 2021.09.14
손들고 건너기  (0) 2021.08.30

취업을 연애로 생각하라는 말에 꽤나 동의했던 날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꽤 오래 끈질기게 썸타던 기업에게 결국 차였다.

 

첫 만남부터 위태위태했는데도 기어코 다음 만날 약속을 잡아댔었다.

세번째 만남때는 각종 신원증명과 자격증명에 대한 증거서류까지 가지고 부모님을 만나러 오라고까지 했다. 모든 단계가 엉망으로 진행되었다보니, 이 정도면 진짜 만나주려고 여기까지 불렀나 싶었었다.

 

임원이라는 이름의 부모님답게 참 근엄하게들 앉아있었다. 그리고 만남은 이전단계와 마찬가지로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그들은 나의 갈팡질팡 이력을 마음에 들지 않아하셨고, 진짜로 오래 만날 자신이 있는지, 진짜 좋아해서 온게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였다. 잘 버는 큰기업하고 연애하려니 참 어렵구나 싶긴 했다.

 

마지막 만남 이후로 2주 동안 연락이 없었다. 솔직히 그 기업이 내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막상 부모님까지 뵙고 왔기 때문이었을까, 괜한 기대로 그 기업과의 채팅창을 100번정도는 들락날락거린 것 같다.

 

그렇게 시간만 지나던 금요일, 오후 6시 15분.

퇴근시간이 지났기에 소식은 포기하고 출발한 귀갓길의 버스안에서 차이고 말았다. 

금방 내려야 하는 마을 버스라서 극적으로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다들 상기된 표정으로 내리길래 괜한 심술에 가장 마지막에 내렸다. 멍하니 걷다가 지하철에 탔고, 같이 기대한 가족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지하철에서 멍하니 휴대폰으로 탈락화면을 보고있으니 옆에 선 아저씨가 다소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별로 웃어드리고 싶진 않아서 옆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퇴근시간 지하철 비좁은 틈을 뚫고 굳이 칸을 옮겨대는 민폐를 왜 저지르나 했는데, 개중에도 분명 방금 차인애가 있었을것이다.

 

허탈했다. 방향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를 좀 좋아해주는 쪽의 기업한테 돌아가야 할지, 기약없고 비겁한(?) 비정규적인 계약 연애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 놓아야 할지, 마음이 어지러웠다.

 

사실 아직 구직시장에서 나의 실패 역사는 길지 않다. 몇 번 대차게 차여보기 전에 계약연애 했었고, 제대로 임원까지 만나고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다. 주위에 수 많은 시간동안 끊임 없이 차여오던 지인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처럼 이렇게 허물어져 있으면 안된다.

 

하지만 주말 내내 허물어져 있었다. 어딘가 무너진 사람처럼 시간을 써댔다.

기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이라 피곤하긴 하다.

 

이렇게 지내면 앞으로 계속 차이기만 할것이다. 예상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위해 일단 나왔다. 경제인구들은 대체 휴일 이기 때문에 지하철은 한산해서 좋았다. 오는 내내 사람이 없어서 다리를 조금 편히 벌리고 앉았다. 지하철 의자도 투엑스라지사이즈가 따로 나온다면 참 좋겠다. 나오면 서서가야지.

 

그리고 오피스에서 오전 내내 유투브를 보았다. 점심먹고 와서 채용공고 사이트에 들어갔다.

머리를 최대한 비우고 금사빠 신공을 발휘해서 다른 기업에 연애편지를 보냈다. 

6개월 인턴이라니, 혐오해 마지않는 계약연애지만 다른 부분이 이상형에 가까워서 무턱대고 보내봤다.

 

연애하고 싶다. 

'고니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0) 2021.10.12
일상토막  (0) 2021.10.07
너무 뻔한거 아니니?  (0) 2021.09.17
태만  (0) 2021.09.14
손들고 건너기  (0) 2021.08.30

+ Recent posts